2002월드컵에 묻힌 ‘제2연평해전’ 새기려… 연극 만든 청년들
  • 작성일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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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문화산업대 재학·졸업생 33명

연극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제작

순국 장병들의 유족도 공연 관람

지난달 27일 오후 3시 대학로의 한 소극장. 무대의 시공간은 2002년 6월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의 해군 함정 참수리호다. 남색 전투복 차림 병사 5명이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보며 “대~한민국”을 외친다. 갑자기 터지는 포탄 소리, “엎드려!” 고함 소리가 들리고 삽시간에 연기가 자욱해진다. 죽어가는 전우들을 보며 절규하는 병사들. 고(故) 조천형 상사를 모티브로 한 ‘강홍구’는 “우리 모두 살아서 돌아간다”고 소리친다.


제2연평해전을 재구성한 연극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가 지난 27일부터 나흘간 공연됐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 두 척이 우리나라 해군 경비정을 기습하며 발발했다. 윤영하 소령·한상국 상사·조천형 상사·황도현 중사·서후원 중사·박동혁 병장이 전사했고 19명이 부상했다.


23년 전 참전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용기를 기리고자 청강문화산업대 재학생·졸업생 33명이 연극을 만들었다. 이들은 “2002년 월드컵에 묻혀가는 제2연평해전의 기억을 새기고 싶었다”며 “우리도 연극을 준비하기 전엔 이 전투의 존재를 거의 몰랐다”고 했다. 연극을 만든 청년 대부분은 제2연평해전 당시 4~5세 어린이였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졸업생 임지웅(29)씨는 “공연 실습 수업에서 ‘2002년에 일어난 일’을 주제로 각본을 준비하다가 제2연평해전을 알게 됐다”며 “당시 국민 모두가 월드컵을 응원할 수 있었던 것도 나라를 위해 싸운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고 박동혁 병장 역을 맡은 고경필(26)씨는 “용산 전쟁기념관에 찾아가 총탄과 포탄 등이 남은 배 모형을 보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며 제2연평해전에 대해 공부했다”며 “몸에 수많은 파편이 박히는 와중에도 전우들을 살리려던 박 병장을 연기할 때마다 엄청난 두려움을 이겨냈을 그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본다”고 했다. 공연을 마친 임씨는 “관객과 함께 제2연평해전을 기억할 수 있었던 70분의 공연 시간이 값지다”며 “제2연평해전이 발발한 6월에 매년 공연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연엔 순국 장병들의 유족도 참석했다.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51)씨는 “20대 청년들이 20년도 더 지난 일을 기억하고, 연극으로 만든다니 고맙고 기쁘고 예뻤다”며 “관객들이 ‘연평해전에 참전했던 젊은 여섯 용사가 있었지’라는 생각만 해주셔도 만족할 것 같다”고 했다. 재학생은 학교 지원금을, 졸업생은 사비 15만원씩을 갹출해 공연 자재를 구입하고 무대를 빌려 막을 올렸다. 총 8회 공연 중 6회 공연이 매진됐다. 수익은 ‘제2연평해전 승전기념회’에 기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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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91285?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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