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이름으로 감싸 안은 청강의 숲
  • 작성일 2015-10-23
  • 작성자 Chungkang

꽃의 이름으로 감싸 안은 청강의 숲

다시 가을이다 150여종의 나무와 80여종의 들풀은 계절의 순환에 발맞추어 옷을 갈아입는다. 건지산을 축으로 캠퍼스를 감싸 안은 청강의 숲이 또 다른 화려한 색으로 갈아입을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사실 청강 숲의 이름은 누가 특별히 이름 붙인 것이 아니다. 대학입구 삼거리를 시작으로 교문까지 이어진 진입로에 줄지어 서너 이팝나무와 왕벚나무들은 청강숲의 시작을 알리는 환영인사와 같다. 

진입로를 따라 올라와 들어선 교정은 이미 가을 숲의 일부로 물든 지 오래다. 넉넉히 잘 자란 나무들은 풍성하게 숲을 이루고 있따. 학교의 교정을 품은 숲에는, 사람과 자연이 마치 한몸처럼 공존하고 있어서 때로는 빵 굽는 냄새를 풍기기도 하고, 때로는 열심히 노력하는 자의 땀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철따라 피고 지는 꽃과 나무를 그리고 이름을 적어 가로등에 걸어두었다.

 

 

그것도 심심하지 않도록 꽃말과 함께. 벚나무는 조경수로 식재되어 봄마다 이 숲에 화려하게 수 놓은지 이미 아주 오래다. 한 철이 지나갈 때쯤 교정을 두루 살펴보면, 꽃말과 어울리게 학교의 설립이념인 ‘자연사랑’​의 아름다움이 때로는 생강나무의 모습으로. 또 때로는 진달래와 철쭉의 모습으로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벚나무가 가진 또 다른 꽃말로는 ‘뛰어난 미모’, ‘순결’, ‘결박’이 있다. ‘뛰어난 미모’와 ‘순결’은 깨끗한 꽃잎의 색에 걸 맞는  꽃말들인데 ‘결박’이라는 꽃말만 유독 어울리지 않아보인다. 벚나무의 꽃처럼 깨끗한 아름다움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묶어두고 싶다는 의미인 걸까?

 

학교 진입로의 가로수 가운데 학생들이 가장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은행나무도 밤길을 지켜주는 가로등으로 다시 태어났다. 순환을 거듭하며 삶을 끝없이 이어나가는 청강 숲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내주는 꽃 말이 또 있을지 의문이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의 물결은 우리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다시 맞이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준다.

은행이라는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 부터 약 천 년 전의 일이다. 1,100살이 넘는 나무도 존재 하고 있으니 꽃말 이름 그대로 ‘장수’라는 단어가 실감난다. 이미 5,000만년 전 신생대에 번성했고 지금까지 이어진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나무다.

그렇게 은행잎의 노오란 물결의 안내로 들어선 겨울을 버텨내고 나면 다시금 봄이 찾아온다. 봄이 되면 철쭉이 숲을 수 놓는데, 철쭉이나 진달래 같은 진달래과 식물은 대부분 가을이나 겨울에 꽃눈을 만들어 겨울의 칼바람을 견뎌낸다. 몰아치는 겨울바람이 물러가고 나서야 비로소 견딘 만큼 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그렇게 꽃을 피워내고 나면 사랑의 기쁨이 결실을 맺듯이 열매를 맺어낸다. 철쭉 뿐 아니라. 잎이 나기 전에 꽃을 피우는 많은 봄철 꽃들이 그러하다. 이들은 겨울을 인내할 줄 알지만. 겨울이 지나면 모든 참을성을 집어던진 채 고운 빛깔의 본 모습을 서둘러 들어낸다.

가로등에 꽃과 함께 펄럭이는 꽃말들은 그 꽃의 특성을 부드럽게 함축한 언어와도 같다. 이들은 가로등에 매달린 채 숲의 미로 안에서 과제 때문에, 혹은 시험 때문에 오래도록 머물러야 할 학생들에게 항상 길을 가르쳐 줄 것이다. 청강 숲 일대의 자연은 언제나 계절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사람들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철마다 화려한 옷을 갈아입는 계절의 화려함을 느껴보고싶다면 청강 숲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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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채정 / 학생기자단
사진 홍현규 / 입학홍보처
감수 홍윤표, 홍현규 / 입학홍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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